*** 알 수 없는 시커먼 공간을 걷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왼쪽 소맷자락을 들추고 시간을 확인하자 대충 한 시간은 지났다. 연의 체력으론 그리 문제가 없는 걸음이었으나, 아무것도 없으며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채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길을 무작정 걷는다는 것은 몸보다는 정신을 더 괴롭게 만들었다. 이제는 어느 타일에 흉이 있는지, 어느 벽면에 유...
*** 뉴스에선 역대급 한파가 몰려온다 연일 호들갑을 떨었으나 그렇지도 않은 포근한 초겨울이었다. 이른 새벽까지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 연은 오랜만에 생긴 휴일을 달콤한 잠으로 점철할 예정이었다. 꿈도 꾸지 않는 깊은 잠에 빠져, 이제 늦은 오후에 눈 뜨기만 하면 완성되는 완벽한 휴일이었건만. 주인의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휴대폰은 ...
6년 전에 그린 만화입니다... (...)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딘가 결여된 쿠다리를 좋아합니다. 왼쪽<오른쪽 방향으로 읽어주세요!
어느 날 오후, 해솔은 간식을 벌여놓고 바다 건너 이벤트를 즐기느라 떠들썩한 교실 한구석에서 액체 괴물마냥 진득하니 책상에 눌어붙어 있었다. 예민한 미간으로 심기 불편함을 표출하며 해솔은 점심시간 내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으으음~. 뭐 하지. 뭘… 끄응. 간호사, 경찰. 아니면 마녀…? 깊은 한숨을 내쉰 해솔은 빠르게 화면을 내리던 손가락으로 전원 버튼...
독전 내용은 물론 엔딩까지 스포일러 있습니다. 개인적인 해석과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망상 글입니다. 락아,,, 둘은 사랑은 안 하지만 많은 것을 할 것이다,,,, *** “넌 행복한 적 있냐?” 두 개의 총을 앞에 둔 원호가 물었다. 락은 대답하지 않는다. 온갖 감정에 절었지만 고집스레 물방울을 잡아 맨 눈은 락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 대리와...
눈을 떴을 땐. …뭐, 더 설명할 필요가 있나? 전에 본 거기다. 병원. 어딜 째거나 한 것 같지는 않은데 팔뚝을 타고 관이 연결되어 있다. 하아아. 깊은 한숨 내쉬며 눈을 굴렸다. 저번과 같다면 분명 녀석도 여기 있을 텐데. 싸구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야, 허한울…" 누구지. 그를 대신해 병실에 들어온 불청객은 웬 수더분한 아저씨와 말쑥한 청년이...
놈은, 허한울은, 망가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키워지는 누구 하나 멀쩡한 곳 없었으나 놈은 관절이 뒤틀린 로봇처럼 조금씩 어그러지고 있었다. 그 속도를 촉진 시킨 건 나였다. 힘으로 이길 수도 밀어낼 수도 없으니 위선 떨며 보호자라도 되는 양 구는 그 자식이 어디까지 가면을 쓸 수 있을지 실험해 보기로 했다. 화풀이임을 알면서도 그만두지 않았다. 처음부터 감...
나는 밤이 싫었다. 취할 수 없는 안식은 단순한 어둠이었고, 나는 그 어둠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씹어 먹혔다. 내게는 깊이 잠들 권리도 한 자락의 여유를 만끽할 자유도 없었다. 살아 있으나 죽은 것, 짐승 혹은 장난감. 그게 나였다. 한참을 뒤척이다 겨우 잠에 빠진 밤, 커다란 손이 우악스럽게 팔뚝을 잡아끌어도 쏟아지는 달빛은 눈이 부셨다. 얄궂게도 밝은 달...
숨이 막힌다. 목을 죄인다. 이건 꿈이다. 자각하고 있음에도 통제할 수 없다. 일어나야 해. 잡히면 죽는다. 여기서 잡히면 죽는다. "해솔. 함해솔!" 익숙한 목소리가 듣기 힘든 볼륨으로 이름을 불렀다. 가슴팍에 얹어진 큰 손에 맥없이 흔들리다 겨우 눈을 떴다. 막 잠에서 깨어났음에도 숨이 가빴다. 시야에 들어오는 천장은 잠들기 전에도 본 것이었으나 현실이...
구 자컾의 역극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똑똑똑. “Trick or Treat!” 문 하단, 끽해야 문고리 언저리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쥰은 현관으로 나갔다. 10월 31일. 국경을 넘어 축제날 같은 열기를 띠는 할로윈 데이는 해가 지고 난 후부터 바빠지는 날이었다. 모든 지방이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쥰이 사는 마을은 아이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었다. 울어도 보채도 눈총을 주지 않고 오히려 도...
환기를 위해 창이란 창을 다 열어도 적당히 쌀쌀한 어느 봄다운 아침. 쥰은 소파에 쓰러지듯 앉아 욱신거리는 머리를 진정시켰다. 동거를 시작한 후, 가장 좋았던 과거처럼 깊이 잠들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징조였다. 그러나 그간 혹사시킨 몸은 아무리 환경이 변하여도 출근하는 미카도를 배웅한 다음엔 조금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쥰은 양 손 엄지로 관자놀이를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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